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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독재’ 확정…푸틴에게 러시아 국민은 왜 몰표를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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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0회 작성일 24-03-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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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3월15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에서 현지 주민들이 대선 투표를 마친 뒤 푸틴 대통령의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네츠크/EPA 연합뉴스

(아래)2009년 8월3일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가 시베리아의 타이가 삼림지대에서 말을 타고 있다.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는 푸틴은 남성적인 근육질을 노출하는 사진을 공개하곤 했다. AP/연합뉴스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러시아 대선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블라디미르 푸틴(72) 러시아 대통령이 17일까지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5선을 확정하게 된 뒤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개표율 90% 상황에서 푸틴의 득표율이 87.21%에 이른다고 러시아 중앙선거위원회 발표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 대선 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 후보는 등록을 하지 못하는 등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는 비판이 국제 사회에서 거세다. (3월18일 한겨레)


Q. 와, 집권 30년? 대단하다.

A. 푸틴이 러시아 최고 권력에 오른 건 1999년 12월31일이야. 지난 천년이 마감되고 새로운 천년이 도래하기 바로 전날 등장한 거지. 그는 러시아를 확실히 변화시켰어. 푸틴의 장악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대통령 3선을 금지한 헌법 조항을 피해서 총리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대통령으로 돌아온 데서 잘 드러나지. 자신은 총리(2008~2012년)로 내려오고, 대리인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내세워서 사실상 ‘상왕’ 노릇을 하다가 2012년 다시 대통령으로 컴백해. 소련의 철권통치자 스탈린도 못한 일이지.

더욱이 2020년 7월엔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재선도 가능토록 했어. 스스로 2036년까지 집권할 길을 열어놓았지. 2036년엔 84살이라고. 뭐, 현재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1살인 걸 생각하면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지만.

Q. 그런데 푸틴 본인 말로는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이 처음에 자신한테 권력을 넘기려고 할 때 고사했다고 하던데? 어쩌다가 이렇게 장기집권하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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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푸틴이 소련 시절 비밀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일했다는 건 알지? 소련 붕괴 뒤 생계고로 잠깐 택시기사도 했었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선거운동을 돕다가 1996년 모스크바로 이주한 뒤 대통령 재산관리국 부책임자, 대통령궁 부비서실장으로 승진을 거듭해. 그가 맡았던 일은 과거 소련의 자산을 러시아로 이전하는 일이었어. 당시 러시아는 소련 해체 뒤 국유재산을 이전받아 부를 쌓은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와 관료의 유착 및 부패가 절정에 달하던 때야. 푸틴은 당시 러시아 모순의 핵심인 금권이 작동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파악했겠지.

푸틴은 잇따라 승승장구해. 1998년 5월 케이지비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의 수장이 되더니 이듬해 1999년 8월9일엔 제1부총리 겸 총리 대행으로 임명됐어.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은 푸틴이 후계자가 될 거라는 충격적인 발표까지 해. 같은 날 푸틴은 대통령 출마에 동의했다고 밝히고. 권력이 갑자기 푸틴으로 넘어가 버린 거야.

당시 옐친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문제에다가, 통치 10년간 계속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피폐로 인기가 바닥이었어. 본인과 가족이 연루된 부정부패 문제도 불거지기 시작했고. 옐친으로선 감옥행을 피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퇴임 이후를 보장해줄 사람은 푸틴밖에 없다고 생각했지.

1999년 12월31일 대통령 대행이 된 첫날, 푸틴은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체첸을 방문해서 ‘임전무퇴’를 다짐해. ‘대국 러시아의 부활’을 선언한 거지. 그리곤 옐친 가족의 부정부패 사건을 사면하는 제1호 대통령 명령에 서명해. 그리곤 2000년 5월26일 대선에서 53% 득표율을 얻으며 정식 대통령이 됐어.

Q. 러시아 국민들은 왜 그렇게 푸틴을 좋아해?

A. 본인의 실력과 러시아의 상황 때문이야. 푸틴은 소련 붕괴 뒤 올리가르히-관료 간 정경유착을 어느 정도 정리했어. 물론 이건 정적 제거의 의미도 있었지. 자신에게 우호적인 올리가르히들로 재편했거든. 또한 토지·세금·노동 관련법을 정비해 국가운영 체계를 세웠어. 여기에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러시아 경제가 소생했어. 그가 취임한 2000년 이후 2000년 석유값은 배럴당 20달러 정도였는데 두 번째 임기를 마치던 2008년에는 140달러까지 올랐어. 석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등 풍부한 원자재도 국고를 채워줬어.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2000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실질구매력 기준으로 1조달러였는데, 8년 뒤 3조달러가 됐어.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는 5조3270억달러로 증가했고.

법과 질서가 회복되고, 경제도 호전되고, 러시아가 다시 대국으로 부활할 희망을 보여 줬으니 인기가 오른 건 당연하잖아?

Q. 오케이. 푸틴이 경제를 살렸다는 건 이해하겠어. 그런데 푸틴은 잔인한 독재자잖아. 러시아 밖에 숨겨둔 재산도 막대하다고 하는데, 이런 비호감 리더가 어떻게 장기집권할 수 있지?

A. 이번엔 역사적 맥락으로 설명해볼게. ‘21세기 차르 푸틴 대제’는 러시아에 내재한 전통적 안보 불안, 이에 대처하기 위한 팽창주의와 경찰국가화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있어. ‘소련 봉쇄’를 주장한 냉전 시대 핵심 이론가인 조지 케넌은 “국제문제에 대한 크레믈의 신경강박적 견해의 근저에는 러시아의 전통적이고 본능적인 안보 불안감이 있다”고 했어.

모스크바 공국 이래 러시아는 끝없는 팽창을 추구했어. 광막한 평원에서 발원해 자연적 방벽이 없는 상황에서, 주변 호전적 유목세력이 위협하니 선제적으로 영토 팽창을 꾀했다는 거지. 영토가 늘어나면 정복지에 거주하던 수많은 이민족의 도전을 껴안고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잖아. 그래서 러시아는 항상 국내 치안과 안보를 위한 전제적인 지도자나 강력한 국가주의를 만들어냈다는 거야.

2차대전 뒤 소련은 실질적 영토를 동독에서부터 사할린까지 확장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일궜어. 서방 세력 침략을 막기 위해 동유럽 전체를 방패막이로 삼은 셈인데, 이는 또다시 소련에 동유럽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겼어.

케넌은 소련의 이런 모순과 불안을 간파하고 소련에 대한 봉쇄를 주문한 거야. 봉쇄가 지속되면 그 불안과 모순이 붕괴로 이어질 거라고. 케넌의 말대로 소련이 망했지만 그렇다고 불안-팽창-붕괴로 반복되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사이클이 끝난 것은 아니야.

소련 멸망에 이은 10년간의 혼란과 불안이 푸틴이라는 전제적 지도자를 배출했어. 제정시대 차르와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의 유산인 비밀경찰 등 보안기구를 복원해 작동시킬 수 있는 사람, 그가 바로 푸틴이었어.


Q. 아까 대통령 대행이 된 날 바로 체첸에 갔다고 했잖아. 푸틴이 너무나 잔인하게 체첸을 탄압한 건 모두 알고 있잖아?

A. 체첸 분리독립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영향권 축소의 상징이었어. 체첸은 또 러시아의 남쪽 안보선인 캅카스(코카서스) 산맥에 있어. 무슬림권인 체첸이 독립하면 이는 러시아 내 무슬림 주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돼. 무슬림주의 확산의 폭탄이 된다고.

푸틴은 옐친처럼 물러터지지 않았어. 군사력을 총동원해 체첸전쟁을 수행했지. 체첸의 이슬람주의 군벌 지도자 모프사르 바라예프는 2002년 모스크바 극장을 점거하고 1천여명의 인질을 잡았는데, 푸틴은 인질 129명의 희생을 감수하며 사태를 진압했어.

푸틴에겐 결정적 순간이었지. 러시아의 지정학적 사이클이 다시 팽창으로 선회하는 순간이었고, ‘대국’ 향수에 젖어있던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에 열광했어.

Q. 그런데 경제가 좋아지면 민주주의도 발전한다는 게 정설이잖아. 푸틴 인기가 좋다는 건 반푸틴 세력을 철저히 탄압하는 현실을 감추는 거 아닐까? 대선 직전 나발니가 옥사하는 거 보니까, 푸틴도 내심 반대세력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

A. 러시아에서 푸틴 반대 세력이 있다는 건 확실해. 푸틴이 이들을 탄압하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이런 반정부 세력이 푸틴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도 확실해. 러시아는 과거 스탈린 시대처럼 반정부 목소리를 입밖에도 낼 수 없는 살벌한 곳은 아니야. 최근 우크라 전쟁 반대 시위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벌어졌다고. 푸틴과 우크라이나전쟁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방송 앵커도 등장했다고.

그러나 국민 다수는 푸틴을 지지해. 푸틴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러시아를 바로 볼 수 있을 거야.

Q.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이 러시아 경제제재를 세게 했잖아. 그래도 러시아 경제는 괜찮아?

A. 러시아통계국(FSSS)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3년 국내총생산이 3.6% 성장했어.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 3%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어. 이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의 GDP 성장률을 앞서는 거지.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례 없는 제재를 가했어. 러시아 해외자산 3천억달러 동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국제결제망에서 러시아 배제, 러시아 석유·가스 수입 축소 및 금지, 서방 기업 철수 등등. 전쟁 초기 러시아 루블화가 폭락하고 생필품이 고갈돼서 전쟁 첫해인 2022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1.2%였어.

하지만, 러시아는 이후 산업생산력을 급속히 회복했어. 중국·인도 등에 석유·가스를 싸게 팔았고, 상대국들은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했지.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대러제재에 동참 않고 오히려 석유값을 올려서 러시아를 도와준 결과를 빚었어.

러시아의 잠재된 중공업 생산력이 전쟁으로 회생한 측면도 있어.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이 발달한 나라였거든. 전쟁으로 생산량이 풀가동되는 전쟁특수를 맞았어.


Q. 군수산업으로만 보자면 그렇겠지만, 서방과 교류가 단절되면 첨단기술 개발 등이 늦어지며 경제 전체가 퇴보하는 거 아닌가?

A. 단순하게 보면 그렇지. 그런데 지금 러시아·중국은 서방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독자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어. 그게 바로 ‘다극화 체제’야. 중국과 러시아의 2023년 교역량은 2401억달러로 전년도보다 26%가 늘었어. 중·러는 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신흥 대국들의 모임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중심으로 달러 주도 국제결제망을 대체하는 독자적 통화결제망을 시도하고 있어. 브릭스는 지난해 사우디·이란·이집트·아르헨티나·에티오피아·아랍에미리트연합 6개국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몸집을 불렸어.

서방의 첨단기술이나 상품들이 중·러에 공급되지 않으면 당연히 타격이 있겠지만 앞으로 지켜봐야지. 풍부한 자원과 과학기술을 갖춘 러시아, 막강한 생산력과 인구·시장을 가진 중국에 더해,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 등이 가세하면 무시할 수 없어.

Q. 푸틴 이제 선거 끝났으니 북한도 곧 가겠네? 윤 대통령은 축전을 보낼까?

A. 아마 북한은 4~5월쯤 방문할 것 같아. 북한으로선 최근 정세가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가장 유리한 조건이야.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미국·한국과 협상을 포기하고 핵전력 강화로 치달았잖아. 중-러 다극화 체제에서 새로운 공간이 열린 셈이지.

푸틴은 지난 13일 국내 방송 인터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체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겠다고 운을 뗀 거지.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면 북한은 미국·한국과 대화와 협상에 매달릴 필요가 줄어들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험담을 했고, 취임 뒤엔 한·미·일 삼각공조에 올인하고 있잖아?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시사하면서 한-러 관계는 거의 파탄에 이르렀어. 윤 대통령이 푸틴에게 축전을 보낸다? 미국이나 일본이 축전을 보내면 따라 하겠지 뭐. 그런데 서방이 푸틴에게 축전을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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